저 저무는 저녁을 보라 머뭇거림도 없이 제가 부르는 노래를 마음에 풀어놓고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봄비에 얼굴을 닦는다, 저 저무는 저녁 밖에는 돌아가는 새들로 문들이 덜컹거리고 시간도 빛날 수 있다는 것에 비들도 자지러지게 운다, 모든 약이 처방에 불과할 때 우리 저무는 저녁에는 꽃 보러 가자 마음의 목책 안에 고요에 뿌리를 두고 한눈 파는 문들 지나 그림자 지나 혼자 있는 강 보러 가자 제 몸을 출렁거리며 흘러가는 시간은 물을 맑히며 정원으로 간다 구름이 있고, 비가 있고 흰말처럼 저녁이 있다 보라, 일찍이 나의 것이었던 수많은 것들은 떠나간 마음만큼 돌아오는 마음들에 불멸을 빼앗기고 배후가 어둠인 저녁은 제 몸에 노래의 봄비를 세운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건 왜 새해가 겨울의 한복판에 시작되느냐는 것이죠. 전날 불던 바람과 다음날 불던 바람이 전혀 다를 게 없는 그런 나날의 하나가 새로운 한 해의 첫날이 되느냐는 것이죠. 개나리와 진달래와 목련꽃이 만개하는 날을 새해의 첫날로 삼으면 어떨까요? 꽃 피는 시기를 예측해서 연기대상도 뽑고, 보신각 종도 치자구요. 그렇게 한 해를 정리하고 잠자는 겁니다. 그리고 다음날 눈을 뜨면 동네에 꽃이 활짝 피는 거죠. 그럼 이제부터 새로운 인생이라고 말해도 다들 믿지 않겠습니까? 떨어지는 빗방울마저도 따뜻하고 향기로운 꽃시절이 시작된다고 말해도 거짓말은 아니잖아요. 하룻밤 사이에 인생이 바뀌는 뭐, 그런 경험을 매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새해 첫날은 봄꽃들 만개하는 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