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그리고 느낌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하루살이.. 2007. 11. 17. 08:04



    스치는 바람에도 설레던 마음은 모두 어디 가고
    한 가닥의 바람에도 힘없이 떨어지는 시들은 낙엽마냥
    허망한 도시의 거리를 뒹굴고 있는고

    쓸쓸히 죽어있는 나무를 보고도 슬퍼하던 가슴은
    썩어 들어가는 나무 뿌리마냥 캄캄한 침묵의 바다에서
    삶의 무게에 지쳐 멍들어 가고 있구나

    잃어버린 나, 시간을 잃어버린 것은 슬프지 않지만
    내 마음을 지배하며 은은하게 풍기던 생명수의 향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기에
    잃어버린 내 안의 작은 향기를 찾는 일에
    촌음(寸陰)을 아껴 나를 돌아보아야 한다, 바로 지금.



    눈물을 흘려본 적 언제이던가
    그 무슨 마취제로 인해 코마 환자가 된 듯
    내 생명수의 향기가 흐르지 않고 있구나

    사랑하는 이 곁에서도 애틋하게 일렁이던 작은 떨림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은 마음의 문이 굳게 닫혀버려
    나만의 향기꽃을 피우지 못하기 때문이더라

    은은한 쟈스민 향을 맡아 볼 여유도 없는 사람처럼
    메말라 가던 내 마음 안에서 일렁이며 솟아오르는
    서글픈 웃음의 눈물이여

    잃어버린 나를 또다시 찾는 길은
    망각하고 있던 갈망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어야 하니
    하염없이 내리는 이 뜨거운 눈물로
    향기 나는 맑은 옹달샘을 만들어
    나를 정화하고 부족한 자신에 대한 사랑을 채워야 하리.



    나에게도 아름다운 향기가 나던 때가 있었지
    벌판에 파릇파릇 새싹 돋아 오르는 것을 바라보면
    내 입가에 피어나는 웃음꽃은 어느새
    이름 모를 들꽃으로 활짝 피어 올랐다네

    아름드리 동산을 이루며 꽃눈을 뿌리던 봄 꽃들의
    화려한 축제 속에서 무릉도원인양 꽃 가마 타고
    순수의 세계로 꿈의 여행을 즐기기도 하였네

    이제야 자욱한 아침안개 가르며
    사랑의 새싹이 모락모락 돋아나는 느낌이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구나

    코마 환자가 기적 같은 환생을 한 것처럼
    나에게도 매일 기적이 일어나며 멈추었던 향기가
    다시 피어 오르고 있음을 느낀다네

    이제야 겨우 추락하던 낙엽의 끝 자락에 매달려
    아름다운 연착륙을 하고 또 다른 비상을 위한
    파랑새의 꿈을 꾸며 잃어버린 나를 찾고
    내 철없던 세월 속에서 잃어버린 마음의 향기를 찾는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 김성돈

    시집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중에서


내 가슴에 달이 있다 - 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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