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그리고 느낌

..8월, 그 유혹

하루살이.. 2007. 8. 1. 08:15
하얀 백지에
‘그냥 담쟁이덩굴이 있다’라고 쓴다
그리고 ‘그냥 한 여자가 담쟁이덩굴 앞에 서 있다’라고 쓴다
그리고 8월의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한낮
그냥 담쟁이덩굴 속에
‘그냥 고개를 조금 젖히고 있다’라고 쓴다
자꾸만 담쟁이덩굴은 종이 밖으로 가지를 뻗어나가고
그 때마다 이파리에선 노오란 햇살이 빈혈처럼 흩날리고
백지 속의 그녀는 고개를 어느 방향으로 돌릴까 잠시 생각한다
담쟁이덩굴은 어느덧 내 뇌수의 들판으로 줄기를 뻗고
그냥 담쟁이덩굴을 바라본다
그냥 담쟁이덩굴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냥 담쟁이덩굴 위로 날리는 8월의 햇살을 바라본다
그냥 8월의 햇살에 걸려 죽어 가는 영혼을 바라본다
..8월, 그 유혹 - 강순
Summertime - Love Scul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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