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백지에
‘그냥 담쟁이덩굴이 있다’라고 쓴다
그리고 ‘그냥 한 여자가 담쟁이덩굴 앞에 서 있다’라고 쓴다
그리고 8월의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한낮
그냥 담쟁이덩굴 속에
‘그냥 고개를 조금 젖히고 있다’라고 쓴다

자꾸만 담쟁이덩굴은 종이 밖으로 가지를 뻗어나가고
그 때마다 이파리에선 노오란 햇살이 빈혈처럼 흩날리고
백지 속의 그녀는 고개를 어느 방향으로 돌릴까 잠시 생각한다
담쟁이덩굴은 어느덧 내 뇌수의 들판으로 줄기를 뻗고
그냥 담쟁이덩굴을 바라본다
그냥 담쟁이덩굴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냥 담쟁이덩굴 위로 날리는 8월의 햇살을 바라본다
그냥 8월의 햇살에 걸려 죽어 가는 영혼을 바라본다
..8월, 그 유혹 - 강순
Summertime - Love Sculpture
'공감 그리고 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리만이 그리움을 낳는 건 아니다 (0) | 2007.08.18 |
---|---|
사랑과 친밀감은... (0) | 2007.08.05 |
창(窓)을 내는 이유.. (0) | 2007.07.31 |
칠월의 코스모스 (0) | 2007.07.14 |
들을 때 행복한 말 (0) | 2007.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