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하루살이

 

               박가월

 

하루만 같이 살면 하루살이는

평생을 친구로 사는 거라네

여름날 저녁 짧은 만남이 아쉬워

무리지어 광란의 춤을 춘다네

 

사람은 살면서 친구를 만나고

수없이 만났다 헤어지지만

평생을 같이 하는 친구는 없다네

미련만 남기고 떠나간다네

 

나면서 죽을 때까지 하루살이는

친구로 같이 태어나 같이 죽으니

슬퍼할 일도 그리워할 일도 없다네

미련 따위는 인연을 맺지 않는다네

 

인간과는 달리 정을 두지 않아서

애틋한 사랑을 모른다네

가로등불에 모여 여흥을 즐기다

깊은 밤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네.

 

 

[시집: 한 남자의 한달생활비내역보고] 중에서